<하루 시 모음> 이해인의 '마음이 아플 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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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3-31 00:13 조회8,162회 댓글0건본문
<하루 시 모음> 이해인의 '마음이 아플 때' 외
+ 마음이 아플 때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하루종일 누군가
하루종일 누군가 물감 칠을 하고 있다.
쉬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 그 사람, 어깨가 넓다.
복숭아 가지엔 분홍빛 살구나무엔 초록빛,
봄은 하느님이 그림을 그리는 한 장의 도화지.
(나태주·시인, 1945-)
+ 술독에 빠진 하루
거침없는 욕망
없는 것에 우린 집착하며 산다
그저 독오른 쥐처럼 설쳐대다
빛바랜 구멍에도 숨지 못하는 하루
술독에 빠져들고 만다
탐스런 안주 없이
낼름 밑바닥 보이는 주량에
아까운 하루만 주르륵 입가에 흐른다
(지철승·시인, 1974-)
+ 유쾌한 김선생의 하루
대학생 시절
문민정부 수립 함성에 앞장섰던
중산층 가장 김선생의 하루는
메이저리그에서 날아오는
선발 박찬호의 시속 156km 광속구로
분주하게 아침을 강타당하고
나고야의 태양 선동렬에게
무실점으로 무사히 저녁을
마무리당한다
썩은 동아줄같이 실없이 내리는
장마철 비를 타고 서로 오르려는
욕심꾸러기 용들의 전쟁으로
온통 진흙탕이 된 신한국의 하루에도
진실은 살아 있다
스포츠는 살아 있다,
김선생은 그냥 유쾌하다
(김영언·시인, 1962-)
+ 하루 그리고 하루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끊임없이 빠져나가는 시간들
그 시간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쓰고, 달고, 기쁘고, 슬프고
굽이굽이 엮어가는
인생이 된다
하루하루가 아팠던
쓰린 고통도 지나고 나면
꽃이 되듯이
마지막 잎새를 떨구는
겨울 나무처럼
채찍의 바람이
단단한 나를 만들듯이
지지고 볶는 것도
맛깔나는 하루라는 것을
가슴으로 품는 날
바람은 어김없이
세상에 걸려있는 모든 그물을
빠져나간다
(목필균·교사 시인, 1954-)
+ 하루
저물어 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하루가 저물어
떠나간 사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오 하잘것없는 이별이 구원일 줄이야
저녁 어둑발 자옥한데
떠나갔던 사람
이미 왔고
이제부터 신이 오리라
저벅저벅 발소리 없이
신이란 그 모습도 소리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고은·시인, 1933-)
+ 오늘 하루
인생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다
잠에서 깨어나면
선물같이 주어지는 하루
이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한 생애가 되는 거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하는 오늘 하루이지만
언젠가는 이 하루가
더 이상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하루를
마치 내 생의 마지막 날인 듯
보석같이
소중히 여겨야 하리.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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