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리고 가을 소국 (宵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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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8-10-13 11:20 조회4,505회 댓글0건본문
추억, 그리고 가을 소국
(宵火)
고은영
밤마다 연애편지를 쓰느라
고뇌하며 엎딘 시간에
방안의 낡은 유리창 문은
자꾸만 덜컹대며 울었다
바람이 긴 골목을 따라 쌩쌩 불고
초 저녁 오름을 타오르던 불길이 불안하게도
가슴에 선명한 음영으로 다가오거나
혹은 달빛 젖은 그리움 속에
잠 못 이루어 뒤척이는 동안
바람 이는 골목 어귀
어쩌면 진통으로 해산하는 행복을 바라며
너는 온 밤을 하얗게 지샜는지도 모른다
가난하여 초라했고 가난하여 슬펐고
가난하여 절망했던 순간들
볼품없는 가난이라고
내면의 아름다움이야 없었겟느냐
가난 속에 도사린 꿈과 더불어 실낱같던 희망은
또 얼마나 비루했겠느냐 말이다
너는
초연하고 은은했던 것이다
소담하고 소박했던 것이다
정겹고 친근했던 것이다
성산포 작은 동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매혹적인 소녀의 정갈한 몸짓처럼
단아한 모습으로 서있던 너는 열여덟
지서를 지나 춘자네 집 앞
우체국 돌담길에서도 은유의 얼굴로
영혼에 스미던 그 짙고 고운 향기
갈바람 타고 환한 미소로 대신하던
그래, 그래 너는 사춘기
20081001
고은영
밤마다 연애편지를 쓰느라
고뇌하며 엎딘 시간에
방안의 낡은 유리창 문은
자꾸만 덜컹대며 울었다
바람이 긴 골목을 따라 쌩쌩 불고
초 저녁 오름을 타오르던 불길이 불안하게도
가슴에 선명한 음영으로 다가오거나
혹은 달빛 젖은 그리움 속에
잠 못 이루어 뒤척이는 동안
바람 이는 골목 어귀
어쩌면 진통으로 해산하는 행복을 바라며
너는 온 밤을 하얗게 지샜는지도 모른다
가난하여 초라했고 가난하여 슬펐고
가난하여 절망했던 순간들
볼품없는 가난이라고
내면의 아름다움이야 없었겟느냐
가난 속에 도사린 꿈과 더불어 실낱같던 희망은
또 얼마나 비루했겠느냐 말이다
너는
초연하고 은은했던 것이다
소담하고 소박했던 것이다
정겹고 친근했던 것이다
성산포 작은 동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매혹적인 소녀의 정갈한 몸짓처럼
단아한 모습으로 서있던 너는 열여덟
지서를 지나 춘자네 집 앞
우체국 돌담길에서도 은유의 얼굴로
영혼에 스미던 그 짙고 고운 향기
갈바람 타고 환한 미소로 대신하던
그래, 그래 너는 사춘기
200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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