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우리만 이 金을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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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8-08 10:43 조회2,6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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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경기장의 변덕스러운 바람도 금빛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한국 여궁사의 화살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단체전 종목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이번 리우올림픽까지 8회 연속 여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국가대표 장혜진(왼쪽부터), 최미선, 기보배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들은 금메달에 키스했고, 물기도 했다. /연합뉴스
제아무리 뛰어난 활잡이라도 바람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 8일(이하 한국 시각)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삼보드로무 경기장엔 초속 2m의 강풍이 불었다. 경기장에 설치된 풍향계는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휘날렸다. 바람이 잔잔했던 전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궁(神弓)은 위기에서 힘을 보이는 법이다. 한국 대표팀의 세 궁사는 모든 것에 초연한 듯 자신의 화살을 금색 과녁에 꽂아넣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장혜진·기보배·최미선)은 이날 결승전에서 러시아를 세트 승점 5대1(59-45 55-51 51-51)로 꺾으며 올림픽 8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1988 서울 대회에서 양궁 단체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 여궁사들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올림픽의 역사를 이어간 세 선수는 우승이 확정되자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각자 힘든 시기를 보낸 세 사람에게 이번 올림픽은 누구보다 각별했다. 2012 런던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보배(28)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그는 “당시 나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었다. 경기를 해도 자신감이 없었고, 과녁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기보배는 TV 중계 해설위원으로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봤다고 한다. 그는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긴 침묵에서 깨어났다.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기보배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고생했던 일들이 생각난다”며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울컥했다.
“우리도 해냈다.” 상대 팀 선수에겐 도저히 무너뜨리지 못할 ‘철의 여인’들이었겠지만, 그들도 감정을 지닌 보통 사람들이었다. 8일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여자 국가대표 최미선(왼쪽에서 둘째), 기보배, 장혜진이 손을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주장 장혜진(29)은 기보배와 같은 또래지만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스스로를 ‘늦깎이 선수’라고 말하는 그는 4년 전 런던올림픽 대표팀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하며 고배를 마셨다. 실패의 경험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였을까. 장혜진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선발전에서 안타깝게 4위에 머문 강채영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그는 고된 대표팀 훈련 중에도 ‘몸개그’를 자처하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다.

대표팀 막내 최미선(20)의 가장 큰 적은 부담감이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돌부처’란 별명이 붙은 최미선이지만 올림픽이란 큰 무대를 앞두고는 큰 중압감에 시달렸다. 그는 대회 전 “보배 언니 말대로, 관중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보는데 마치 내가 ‘작은 개미’가 된 기분이었다”고 걱정했다. 그런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해 단체전 순번도 상대적으로 편안한 두 번째 자리를 줬다. 결국 최미선은 이날 고비마다 10점을 쏘며 언니들과 함께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원래는 눈물이 없는 편인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고 했다.

사대(射臺)에선 누구보다 냉철하지만, 훈련이 없을 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소녀 감성’으로 뭉치는 세 사람이다. 2~3주마다 형형색색의 네일아트를 함께 받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태릉 훈련장에서도 뭉쳐 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떡볶이나 불족발을 좋아하는 기보배와 함께 지내면서 매운 걸 못 먹던 최미선도 이제 제법 매운 음식 맛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날 ‘금메달의 맛’을 묻는 질문에 장혜진은 “무지갯빛 솜사탕처럼 달콤하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어머니가 끓여주신 김치찌개 같다’고 표현했다. 막내 최미선은 “나는 여전히 배고프다”며 남아 있는 개인전에 대한 욕심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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