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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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02-15 11:38 조회3,4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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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라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어찌하여 형제의 눈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속에서 티를 빼리라."
- 마태복음 7장 1절 - 5절

예수가 하신 이 말씀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용서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비판한다 함은, 그 비판하는 일이 자신을 향할 경우 곧 증오나 비난, 적의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판하지 말라는 말을 좁혀서 자신에게 적용되는 일로 한정하게 되면, 결국 용서하라는 뜻이 된다.
물론 예수는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도 했다. 예수뿐인가. 수많은 성인과 성자 들이 용서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용서할 수 있는가?
달라이 라마와 빅터 챈이 쓴 <용서>를 읽어보면, 여기에 대한 한 가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책 이외에도 그런 이야기를 한 서적은 많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용서하는 방법은 이렇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좀더 생각해야 할 점들이 있다. 상대의 입장이 된다는 말은, 피상적인 것이 되어서는 진정으로 용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좀더 포괄적이고 진실하게 상대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포괄적이고 진실하게? 그렇다. 이런 경우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당신이 매우 믿고 사랑했던 갑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도 당신을 사랑했고 매우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갑의 태도가 돌변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크나 큰 상처를 주고, 당신을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 당신은 비참함과 배신감을 느끼며 아파한다.
이러한 상황은 흔히 있는 일이다. 주변에서 보았거나 아니면 직접 경험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해야 갑을 용서할 수 있을까?
먼저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 왜 당신에게 그렇게 했을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본다. 그러면 미처 몰랐던 여러 가지 이유들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때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동등화' 작업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 사람과 내가 똑같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가지 생각해보자.
당신은 지금까지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하거나, 적어도 생각한 적이 없나? 아마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어떤 경우, 사람은 자신이 원하지 않든 원하든, 어떤 힘에 이끌려, 또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를 하게 된다. 그렇지 않던가?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누구나 똑같다는 사실을 이해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누구든지 이해하지 못할 경우가 없어지게 된다.
사실 우리가 100퍼센트 정확하게 남의 입장이 된다는 것은, 일반인의 경우, 불가능하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영혼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고양되면, 모든 과거와 미래가 펼쳐진 그림책처럼 고스란히 눈앞에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상대가 어떤 먼 과거에 있었던 이유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훤히 알게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 한정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그러면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인정하면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이 원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이렇듯, 당신 스스로 어쩔 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자신을 용서한 것처럼, 타인도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면 용서하기는 쉬워진다. 그 사람이 어떤 분명한 이유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 그렇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면, 당신이 받은 아픔이나 고통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더 큰 어떤 원인이 있어서라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고의로 당신을 아프게 한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모두 사람이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다. (의식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노력'이라는 것을 한다는 자체는 이미 그에 따른 결과를 예상하는 것이기에 그 법칙을 믿는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리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 자신도 그에 따른 상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만일 어떤 사람이 고의로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악한' 사람이라고 하기보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에게 그에 따른 고통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짓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누워서 침 뱉기라는 말을 할 때 전달하는 뉘앙스는, 바보 같다, 곧 어리석다, 라는 것이다. 이 사람은 바로 이런 짓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어리석은 사람을 볼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참 딱하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런 못된 놈'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던가? 당신은 '바보'라고 불리는, 다소 모자란 사람을 보고 '못된 놈'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딱하기도 하지' 하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픔을 '고의로' 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그렇다.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 사람에 대해서도, 우리는 '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딱한 사람이라고 말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연민의 감정이다. 그리고 연민의 감정이란, 바로 내 아픔처럼 상대의 아픔을 느낄 때 생겨난다. 이렇게 된다면, 이미 그 사람을 용서하고 말 것도 없어진다. 용서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에게 연민을 느끼니까.
또한, 뿌리고 거두는 법칙을 믿는다는 것은, 내게 일어나는 어떤 일도 결국에는 그것이 원인이 된 어떤 '씨앗'이 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고, 그 씨앗을 심은 사람이 바로 자신임을 이해한다는 뜻이므로, 누구를 용서하고 말 것도 사라진다. 자신이 고통을 받는 원인은 다름 아닌 '자신' 때문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사람과 함께 뿌린 어떤 '씨앗'이 오늘날 이렇게 되돌아와 당신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상대방 역시 어떤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단지 조연일 뿐이다. 주연은 당신이다. 당신이 없다면, 그는 아무런 씨앗도 뿌리지 않았을 테니까.

이렇게 놓고 볼 때, 용서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결국 무엇이든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할 때도 그가 악해서가 아니라 어리석기 때문이기에, '탓하지' 말고 '감싸안아야' 하는 것이다.
상상해보라. 당신에게 어린 아이가 있다. 다섯 살이다. 그런데 아이가 당신에게 나쁜 짓을 했다. 당신은 아이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아니면 아이니까 아직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하겠는가. 아니면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누구든 고의로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이런 '아이'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고의가 아니라 실수로, 또는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당신에게 아픔을 주었다면, 그 역시 당연히 용서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알아둘 것이 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용서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게 될 때, 그 강렬한 증오의 감정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파괴한다. 간단한 예로, 당신이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할 때 어떤 표정이 되는지 떠올려 보라. 거울을 보라. 보기에 좋은가?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드는 그 감정이, 당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이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용서한다. 우리가 남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함을 드러내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을 위해서 용서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스럽듯이, 남도 사랑스럽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비록 그 사랑의 그릇이 크지 않아서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미움'이라는 것이 들어갈 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미 그 안에는 사랑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것은 곧 당신에게 사랑이 부족한 증거라는 것을 알자. 당신에게 사랑이 있다면, 용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랑한다면, 용서는 당연하다. 사랑이란 조건에 따른 것이 아니기에, 누가 어떻게 대하든 사랑할 테니까.
그러므로 성인들이, 성자들이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용서해야지, 라는 의식에 따른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저절로 용서한다. 아니 용서라는 말 자체가 불필요하다. 이미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용서란, 사랑을 통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자.
그러나 아직 그렇게 되지 못한 우리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의식적인 사고를 통해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실천함으로써 좀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좀더 행복해질 수 있다.
잊지 말자.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아픔이 된다는 것을. 행복해지고, 평화로운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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