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도 나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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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4-19 11:48 조회4,306회 댓글0건본문
사랑하는 것도 나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 김정한
아무것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한 사람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들키지 않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전부였던 사람도 누군가의 전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걸 쉽고 내어주고 경계 없이 허물어 버리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버릴 것 같아.
작은 울타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끝을 천천히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독하게 사랑할수록 마음은 절박해지기 때문에 끝이 두려운 법이니까요.
부질없는 희망이라 해도 좋습니다. 끝을 준비하기는 싫습니다. 여전히 나는.
그리고 종착역으로 가는 티켓은 준비하지 않으렵니다.
그 대신 울타리를 만들어 간격을 두겠습니다.
나에게도 속하다가 당신에게도 속하다가
때로는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요.
이유를 굳지 말하라 하면 더 많이 더 깊이 외롭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날 내가 많이 아팠던 것은 반드시 내 쪽이어야만
내 것인 줄 알던 집착 때문이었으니까요.
내 것 인양 자꾸만 그 경계를 침범했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오류임을 알았습니다.
그냥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진 그대로의 당신을 바라보니 참으로 편해졌으니까요.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바라보는 일, 내 것으로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그래서 함부로 그것을 넘지 않는 일.
사랑하는 것도 나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생각한줄:
저녁은 당신을 데리고 갔습니다.
당신의 슬픈 눈이 내 살 속에 박힙니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당신을 찾을 것 같습니다.
김정한 신작에세이 [ 새벽 2시에 생각나는 사람 p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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